김영록 전남지사. 전라남도 제공 "해보고 후회하더라도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 후보와의 연대 없이 끝까지 완주할 각오"(2월)
"어떤 분들이 경선에 나올지 잘 지켜보고 도민들의 의견을 더 잘 듣고 신중히 결정하겠다"(4월 4일)
"제대로 된 대선후보 한 명 없는 호남의 국가대개혁 의지를 모으고 싶었다. 민주공화국 회복, 내란 완전종식, 진짜 민생을 돌보는 대한민국 시작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저의 '약무호남 시무국가'의 뜻은 잠시 뒤로 하고자 한다.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대표와 동행하기로 했다"(4월 8일)
호남 대망론을 앞세우며 제21대 대선 출마의 의지를 밝혔던 김영록 전남지사가 탄핵이 인용돼 장미대선이 확정되자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낮은 인지도 때문에 제일 먼저 출마선언을 하겠다며 탄핵 후 이틀 뒤에 일정을 잡기까지 했던 김영록 지사가 갑작스럽게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두고 전남 정치권에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엄밀히 따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계획이었던 김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어대명'이라는 현재의 대선 판세 속에 출마해서 얻는 이익보다 출마하지 않아서 얻을 이익이 크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무리 당내 경선이라지만 선거는 선거이고 막상 유세에 나서면 이재명 전 대표와의 대립각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과 이재명 대표의 당선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비명계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호남 몫의 총리나 전남지사 3선 도전이라는 정치적 행보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김영록 지사입장에서는 이 대표를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김영록 지사는 또 모 여론기관이 진행해 온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전남지사에 취임한 이후 몇 개월만 빼고는 1위를 달리고 긍정평가 역시 대부분 60%를 넘어 타 광역단체장이 부러워할 정도의 전남도민들의 지지를 받아 왔다.
이런 지지가 호남 대망론을 기치로 내걸 수 있도록 한 자신감이자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이재명 대세론에 밀려 호남에서 조차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을 경우 호남 대망론의 침몰과 함께 호남민들에게 더 많은 패배감을 안겨주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정치적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아야 하는 상황도 김 지사가 감당해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6년 여 동안의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어떤 광역단체장도 넘볼 수 없는 지지를 받았다는 성적표와 경선에서 얻은 초라한 성적표 중 어떤 성적표가 김영록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더라도 명약관화하다.
또 4.2 재보궐선거결과 담양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었고 고흥군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이변의 나비효과'도 불출마 선언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남 거제시장까지 민주당이 석권한 상황에서 텃밭이라는 전남의 2개 선거에서 패한 것은 이재명 대표가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일갈할 정도로 민주당에서는 큰 충격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책임론이 불가피해 내년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경선판도가 상당히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불출마 선언의 한 동기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김영록 지사는 호남민들에게 자부심이자 패배감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각인된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호남 대망론을 다시, 갑자기 접어버리면서 호남민에게 '호남은 진짜 안 되는 것일까?'라는 패배감을 안겨준 정치적 부채는 지고 가야 할 것이다.